제목없음


어느 장마철 여름날이었다.
마틴은 사이퍼였기에 가끔 재단과 협력하는 회사를 위해 공성에 나갔다. 그리고 그 공성을 회사의 승리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본업은 그랑플람이란 큰 재단에서의 보급품판매와 교섭담당이었다.
그런 마틴이 공성에 나가 눈을 다치고 돌아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공성 중 눈을 다치게 된 그를 걱정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교섭과 판매는 어려운 일일텐데.
하지만 그는 큰 어려움 없이 본업을 척척 해나갔다. 어차피 그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표정과 어투로 사람의 진심을 알아채는 것이 아니었고, 능력으로 사람들의 진심을 알아챘기에 그의 평소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보급품이야 몇년을 몸담은 곳인데 그 위치 하나를 기억하지 못할리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본업 이외의 일에서 발생했다.

"우산좀 똑바로 들어봐요. 티엔씨."

"똑바로 들고있다. 마틴, 똑바로 걸어라."

일을 마친 후, 잠깐 재단 앞 리버포드카페에 가서 음료를 사오는 간단한 심부름마저 갑자기 비가온다는 단순한 변수가 발생하며 마틴을 힘들게 했다.
그리고 쩔쩔매는 마틴 앞에 나타난건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자신의 연인, 티엔이었다. 그런데 하나 도와주는 것도 뭐 그리 말이 많은지.
지금도 잠깐 카페를 가려고 재단을 나온 마틴에게 비가 온다며 동행을 자처하는 티엔이었다.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아 거리감각, 방향감각이 엉망이 된 마틴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구박하는 중이었다.

"아..정말 이럴거면 차라리 하랑씨를 데리고 올 걸 그랬어요!"

결국 홧김에 마틴이 큰 소리로 짜증을 내버리자 티엔이 구박하던걸 멈추더니 조용해졌다.

"이제야 조용해지는군요."

"..공성중에 당신을 지키지 못한게 안타까워서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았나 보군. 미안..하다."

"전 티엔씨가 지킬 필요도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 눈을 다쳤잖나."

"조금, 방심했던거예요. 다친적은 이번이 처음이고요."


-다쳐서 아픈것도 싫고 이렇게 당신에게 구박받는것도 짜증나지만


"그나저나 카페는 아직이에요?충분히 많이 걸은 것 같은데."

"거의 다왔다,마틴. 가까이 와라. 비맞는다."


-그래도 이렇게 비 오는날, 다른사람에게 변명할 필요 없이 같이 우산을 쓸 수 있다는 점은 좋은거같아요.


하지만 이런 마음을 괜히 말해주기 싫었던 마틴은 티엔-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흥,하고 웃은 뒤 혀를 쏙 내밀었다.

"...갑자기 무슨...마틴, 혀 집어넣어라. 혀깨문다."

"안깨물어요. 내가 바보예요?"

"공성중에 방심한게 바보가 아니고 뭔가."

"...사람이 실수할수도 있는거죠."

"그나저나 마틴.눈이 다 나은 뒤에도 가끔 이렇게 비오는 날 우산이나 쓰고 어디 놀러갈까?"

"..네?"

-...데이트 신청이다.

평소에는 마음을 읽히기 싫어하는 티엔이 가끔 부러 마음을 읽으라고 기를 발산하는 때가 있는데 지금 그러면,

"....반칙이예요. 티엔씨..."

보이진 않지만 빨개진 얼굴로 딴청을 부리고 있을 티엔을 생각하며 마틴은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 일단 먼저 심부름이나 하죠."

비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는건

"그러지. 조심하고 똑바로 걸어라. 마틴."

약간은 짜증을 동반했지만,

"..그리고 데이트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생각해 둬라."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 허리를 상냥하게 감아주며 길을 안내해주는 그의 손길을 생각하면.

"당연하죠. 그 때 일많다고 빼지나 말아요"

행복했다.

마틴은 데이트 신청 후의 머쓱함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하는 연인을 향해 더욱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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