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또 혼자가 되는 느낌에 울었어 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를 하염없이 들으며 울고 또 울 었다.
안구가 메말라 뽑혀버릴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도 눈물은 멈출생각을 않았다.
"이제 그정도 울었으면 됐잖아."
머릿속에선 이제 환청까지 들려오기 시작 한다.
아직,아직이야. 그 아이에 대한 속죄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아이가 아파했던것 만큼 난 계속 아파하고 불안해하고 혼자가 돼야 하고 울어야해.아직이야. 좀 더.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가슴이 너무 아파 이정도면,될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그 아이는 네 생각보다 아파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잘 지냈어."란다.
자기위로,자기 합리화.
하지만 진짜라면 그 아이가 미워질거 같아.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괜히 서럽고 서운해져서 계속 울었다
2012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낮부터 조용히 내리기 시작한 눈은 어두워진 지금까지도 계속 내리며 거리를 하얗게 지워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어두워진 지금, 가족과 함께 휴일의 마지막을 보내야 할것이고 그때문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소리까지 지워진듯한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조용한 거리가 생겨났다.
그 조용하기만 한 거리를 너는 거실 창문 안쪽에서 캐롤을 들으며 바라보다가 한 사람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생각해냈다.
내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
너는 겨우 그 한마디 중얼거렸을 뿐인데도 밀려오는 그리움에 어찌할 줄 모르고 눈을 꼭 감는다. 분명 이어폰을 통해 듣고있는 캐롤은 신나는 노래일텐데 어째서 그리도 슬픈 표정을 짓는지.
그리고 이제 너무 늦은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너는 책상에 이어폰과 MP3,안경을 가지런히 둔 뒤 침대에 똑바로 눕고 눈을 감는다.
아까 저녁부터 덥히기 시작해 겨울에 자기엔 알맞은 온도가 된 방. 그렇게 충분히 따스한 방안 침대에 누워있지만서도 너는 춥다는듯 두 손으로 이불 양 끝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덮으며 한방울, 눈물을 흘렸다.
뭐, 잘 지내고 있겠지만.
그 한마디를 중얼거리고 그렇게 너는 힘들었던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2012
공부를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책상을 둘러보았다.
책꽂이에 꽂힌 수능완성 혹은 수능특강과 같은 여러권의 문제집, 색색펜이 꽂혀있는 연필꽂이.
사두고선 바를 틈이 없어 거의 일년동안 묵혀둔 스킨과 로션, 면접보러 나갈때 뿌린 샤워코롱까지.
십평정도 되는 방안에서 일평남짓한 공간을 차지하는 이 책상속 잡다한 물건들 속에서 무언가 나는 나의 삶을 발견한듯 하였다.
하지만 그 삶이 뭔지 제대로 정확히 정의내리진 못하였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은 나의 삶을 닮았구나,하고 막연히 느꼈을 뿐이다.
공부에 매진해야만 하는,꿈을 잃어버린 수험생과 꾸미고픈 욕망을 가진 어른과 아이 사이에 서 있는 소녀의 경계.
문제집과 몇안되는 종류의 화장품들은 그걸 보여주는듯 하였다.
2011
그런데 오늘따라 조용히 나타나 날 놀래키지 않고 시끄럽게 나타나 날 혼란스럽게 했고 또, 이상하게도 검둥개가 파랗다(Blue)란 단어를 물고 내옆에 헥헥대며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며 안그래도 어지로운 머릿속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밖에선 해가 지고 밤이 되어 가로등 빛이 칠흑같이 어두운 공원을 희미하게 비치고 있는데 비가 톡톡톡 하고 경쾌하게 내리고, 그에 대조되는 우울하고 조용한 노래를 틀어 놓은 다음 타자를 칠때마다 리드미컬하게 탁탁탁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 나는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것일까. 무엇을 쓰고 싶어서 하얀색으로 가득찬 한글 문서를 열어 자꾸 한글자 한글자를 적었다 지웠다 썼다 백스페이스를 눌러버리는걸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계속 엔터키를 눌러보기도 하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며 괜히 공백을 만들고. 점을 찍어 아무런 뜻도 없는 문장을 뜻이 있게 만들고. 그렇게 있자니 순간 의문이 들었다.
어느날 부터였을까. 내 옆에 검둥개가 나타나게 된것은.
이젠, 이런 기분나쁜 검둥개는 더이상 보고 싶지 않은데 내가 언제 채워줬는지 내 이름이 적힌, 끝까지 채운 가죽 목줄을 차고 자꾸 나타나 날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이제 단단히 옥죈 가죽목줄을 풀어줄게. 이제, 너가 가고싶은곳을 가길 바라.
그리고 이제 목줄을 풀어 준 뒤 책상을 더듬어 하얗고 작은, 무향의 고체가 가득들은 통을 찾아 뚜껑을 열고 한손에 가득 쏟아 붓는다.
이제, 안녕인걸까.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타자기 소리도, 내가 좋아하는 조용한 노래도, 아름다운 공원의 밤풍경도 더이상 보지 못할거라는게 좀 슬프지만, 더 멋진 세상이 날 기다릴테니, 해가 뜨면 끝일테니 서두르자.
이 밤이 다 가기전에 그곳을 향해 서둘러 가자.
2011
캬라멜처럼 당도높은 꿈에 빠져드는 어른오늘, 너의 꿈을 꿨다.
너가 나온 오늘의 꿈은 써서 마시지도 못하고 입조차 대본적이 없는 커피보다도 더 썼던것 같다.
그렇게 느꼈다.
나는, 오늘 꿈속에서 너에게 고백을 받았다.
하지만 어쨰서인지, 나는 너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의식속에서조차 너에게 다가가는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꿈에서조차 너를 받아들이지 못한걸까.
먼지와 담배연기, 매연 등으로 더럽혀진 공기로 인해 반짝하고 단 하나의 별만이 빛나고 있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
네온싸인은 눈이 아플정도로 밝고
나는 그 모든것들이 한눈에 잘 보이는 어떤 한 건물 옥상에 서서 너를 바라보고 있었고, 너도 날 바라보고 있었지.
현실이었다면 그 어떤 상황보다도 더 행복했을 상황이었는데. 어쨰서 꿈속에서는 그렇게 두려웠던것일까.
혹시, 꿈이라는 무의식의 공간속에서도 나란 존재가 너랑은 어울리지 않다는것을 깨달아버렸던게 아닐까?
그래서 너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천천히 떠나가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옥상문을 열고 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울며 떨어져 내렸던게 아닐까.
꿈속에서도 너를 볼 정도로 나는 너가 너무 그리웠었다.
꿈속이라도, 여전한 너의 모습을 보니.
그런데 그 순간 저쪽에서 너가 걸어온다.
그날과 변함없는 웃는 모습으로.
이거,
꿈이 아닐까?
꿈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그 달디 달은 캬라멜보다 더 달은 그런 행복한 꿈이겠지.
그러니, 꿈이라면 꺠지 않기를.
그래서 너를 더이상 놓치는 일이 없기를.
2011
세탁기 돌리면서 담담하게 울기
한동안 묵혀뒀던 빨래들을 한꺼번에 드럼세탁기에 넣고 동작버튼을 눌렀다.
쏴 하고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 갑자기 공허해진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계속해서 네모난 회색의 기계안에서 섞이고 이리저리 팽개쳐지는 옷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등에 툭, 하고 뭔가 차가운 물이 떨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에서 뜨거운 물들이 계속 울컥울컥 올라오고 있었다. 그 물들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발등에 닿기까지의 시간은 3초가량. 그 시간동안 그 뜨꺼운것들은 식어서 내 발등에 차갑게 떨어진것이었다.
왜 우는건지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딱히 눈물을 훔칠 생각은 없어, 그 눈물들이 계속 흐르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어느새 빨래는 다 됐고, 물을 빼는 탈수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마침 그때 공허한 마음은 울음으로 채워졌고, 더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한숨을 한번 쉰 뒤 마른 세수를 하고, 다 된 빨래를 널 준비를 하려 상체를 일으켰다.
그렇게 오늘도 한번 울고 마음을 정리했다.
-안녕하세요, 거기가는 아저씨.
-..나 말이니, 애야?
-네. 아저씨.
-...
-한가해 보이시는데, 저랑 체스게임 한번 하고 가시지 않으시겠어요?
그 순간, 그 소년의 게임에 내가 응한것은 단순한 변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일없는 백수에서 잘나가는 기자로 신분상승한지 며칠이 됐다고. 이번 일만 잘 마치면 진급할수도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는것보단 더 나으니깐 그랬으려나. 아니면 밝은곳에 있어도 뭔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이 시끌벅적한 길거리 사이에 있는 그 조용하고도 신비한 골목길에서 나를 지목해 불렀던 그 소년이 신기해서 그랬던걸까.
왜 나는 그 시시해 보이는 소년과 시시한 체스게임을 두겠다고 한건지.
아무래도 좋다. 게임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그 순간부터 저는 움직일수가 없었어요. 체크메이트가 된거였죠.근데, 그 전까지는 그래도..이 골목길에서 나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체크메이트가 됐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갑자기 이 골목길에 투명한 벽이 생긴것처럼 나갈수가 없었어요.
어디서 나온 9와 3분의 4 승강장을 가는 방법처럼, 두려워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벽 밖에 있는 저 밝은 세상을 향해 달려가 보았죠. 그래도 나갈수가 없었어요. 아 참고로 제가 머글이라서 그런건 아니예요. 지금 이 세계는 그 소설속에서처럼 마법사가 있고, 그런 세상이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들과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아이들만이 있는 그런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왜 못나갔지?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포기한 순간부터였으려나...
-....
이제 아저씨랑 두는 이 체스도 끝이 보이네요. 아저씨도 보여요?
-..그래, 보여.
아저씨 표정이 아주 안좋아요. 웃어요. 지더라도 웃어야지 덜 비참하다는거 몰라요?
-....아, 젠장. 져버렸네.
그렇죠. 제가 아저씨말을 잡았으니깐요...아저씨, 체크메이트죠?인정하죠?
-...그래, 애야. 인정한다. 그럼 이제, 나는 늦었으니 가봐야 겠다.재밌었어.
..아저씨 미안해요..아니 저.. 미안하네.
돌아서서 나가던 그 순간. 골목에서 거리까지 한 발자국을 남겨둔 그 순간.
내 앞에서 나와 같이 체스를 두던 그 아이는 한순간에 폭삭 늙은 노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무언가 발에 채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 나와 같이 체스를 두던 소년이라고는 생각할수 없는 노인이 내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 나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고. 나는 그렇게...60년 가까이..체크메이트의 삶을 살아버렸지. 이 골목길에서 나가지 못한채.정말..미안하네. 젊은이.
그리고 말이지, 이제 당신차례야. 젊은이
-
-아아, 거기가는 아가씨.저랑 체스게임..한번 하죠? 정말 재밌을텐데.
-...저 말이예요?
-그래 아가씨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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