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리를 봄으로 물들인 벚꽃잎들이 흩날리고 있어. 문득 함께 사먹은 솜사탕의 달콤한 향기, 어지러울 정도로 화사하던 꽃들. 그리고 나즈막히 웃으며 말하던 너가 생각났어.

좋다.
뭐가?
그냥 다 좋아.

이제는 알겠어. 나도 좋았어.


2.
기다려줘요. 아가씨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저도 곧 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그곳에서는 혼자일텐데 쓸쓸하지는 않나요? 혹시라도 혼자라서 외롭거나 무섭다면 걱정 말아요. 어릴 적 우리끼리 한 약속 기억하지요?아, 아가씨가 머물다 떠난 자리는 아가씨를 닮은 노란 꽃이 피어있네요. 금방 따라갈 수 있겠어요.

혼자두지는 않을테니, 울지말아요.


3.
골목길 저편에 작고 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불러도 이제는 오지 않을 주인을 부르면서 계속 그 자리에 있는 얼룩 고양이. 몇 날 며칠을 우는 것에 마을 사람들이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빨간 목도리를 한 여자가 와서 그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다. 그것을 고양이는 참 맛있게도 받아먹고 있다. 이제는 울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그녀에게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혀를 차기도 하고참 착하다고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어쨌든 더 이상 고양이 소리가 골목에 울리지 않아 그냥 놔두기로 한다. 어차피 고양이 사료를 자기들 돈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밤새 야옹거리며 우는소리를 듣다가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데, 지금 밥을 얻어먹고 있는 저 얼룩 고양이는 자신의 주인을 땅에 묻어버린게 그녀인 걸 알고 있을까.
고양이가 우는 원인이 그녀인 걸 마을 사람들은 알까.
그녀는 내가 그 모든 일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4.
이미 내 혀는 잘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나 괜찮다. 이 성한 두 눈을 통해 너를 오래도록 담아둘 수 있어 괜찮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나 우리 사이에 그런 가벼운 말은 필요 없으니, 우리는 괜찮다.





예전에 트친분이랑 조각글쓰기했던거.

'~2020 > 자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친을 판타지세계 캐릭터로 만든다면  (0) 2016.12.10
트친 닉보고 캐릭터 그리기  (0) 2016.10.20
2011~2012  (0) 2016.07.18
1  (0) 2016.07.18
트친세라소녀그리기  (0) 2016.07.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