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도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입밖으로 꺼낸 말은 그렇게 서서히 나를 가라앉히더니 숨도 못쉬게 만들었다. 

나는 당신이 이 물속에 나를 숨쉬게 해주는 부레인줄 알았지만, 더 숨막히게 만드는 심해였을 뿐이다.

오늘도 멈추지 않는 당신 생각에 나는 어둠으로, 저 밑으로,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락같은 심해로 떨어질 뿐이다.


나를 사랑하긴 했어? 아니, 넌 그냥 날 동정하던 네 모습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한거야,

네게 소리치는 내가 비참하고 서러워져서 더이상은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결국 또 눈앞이 흐려지고 말았다.

나는 당신이 이 공허한 하늘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활주로인줄 알았지만, 더욱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만드는 난기류였을 뿐이다.

오늘도 멈추지 않는 당신의 내 탓에 나는 더욱 더 휘청이고, 쓰러지고, 이 공허한 하늘을 떠다닐 뿐이다.



한없이 단정하지만 

세상은 끝없이 시시해서

손목을 긋고도 하루종일 웃었다.

김종미, 슬픔의 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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